2005년 여름, 고3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그 녀석들이 몰려 들 때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손에는 밥스틱이나 삼각 김밥, 혹은 음료수를 하나씩 들고 마치 자신들의 안방에 들어오듯
아무 거리낌 없이 교무실로 입장을 한다.
거의 매일 손을 내밀며
"돈 좀 보태 주삼!! 배가 고프삼!!"이라고 말하며 삥을 뜯어가곤 한다.
정말 의아스럽다.
'내가 저 나이 때도 저랬던가?'
방금 전까지도 게걸스럽게 이것 저것 선생님들이 먹다 남기신, 아니 먹고 있는 것까지 뺏어 먹고 나선 또 배가 고프단다.
한패거리는 그렇게 선생들에게 돈을 약탈 해가고 나머지 패거리들은 컴퓨터 앞에 모여든다.
명색은 수시 지원을 위한 컴퓨터 사용, 혹은 수행평가를 위한 자료조사, 요즘은 대학 합격 여부 조사가 하나 더 늘었다.
처음에는 XX대학교 수시 지원 어쩌구 저쩌구의 화면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학원 생활이 몇년이던가?
잠시 후면 많은 학생들이 손에 질문할 책, 학원 월급봉투등등 이것 저것 때문에 엄청 바빠진다는 것을 그들이 모르겠는가..
습득한 내공이 거의 부원장 수준에 오른 녀석의 진두 지휘 속에
어느새 컴퓨터의 화면은 텍스트 위주의 무미건조한 상태에서 총천연색의 판타스틱, 흥미진진 버라이어티 해진다.
싸이월드, 세이클럽, RPG겜에 필요한 각종 마법을 정리한 사이트, 연예인 사진, 화살쏘기, 카트라이더, 오인용의 중년탐정 김정일...
그래 다 좋다. 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갈때까지 갔다.
여기가 경로당인가?
이젠 장기까지 등장했다.
이 녀석들의 오불관언 내공은 누구도 당해낼 수 없다.
아무리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 지적을 해도 그때뿐이다.
마구 소리를 지르면 내 턱을 쓰다듬는 녀석까지 있다. 마치 내가 슬램덩크의 코치 선생이 된듯한 기분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면 후텁지근한 이런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래 이 땀이 10년 후의 나의 명함이 될꺼야!' 흐믓흐믓 ^^
이러면서 열심히 공부에 전념을 해야할 것 아닌가?
그런데 이 녀석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3이 주는 이미지는 이 녀석들을 보면 우리들의 엄청난 오해인 듯하다.
그런데 장기 삼매경에 빠져 다들 컴화면을 주시하는 모습들을 보면 너무 귀엽다.
이 녀석들을 고1 때부터 가르쳐왔다. (아니 어떤 녀석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인가?)
징그럽지만 어쩔때는 귀여운 구석도 있는 녀석들이다.
오늘 안 사실이지만 어떤 녀석은 수시 원서를 접수도 못했단다.
필요한 서류를 떼 달라고 했지만 뗄 수 없었단다.
이 직업을 갖고 있으면 요런 상황에서는 시쳇말로 미치고 팔딱 뛴다.
이리 저리 치이기만 하고 신경 써주는 사람들도 없으며 소외되어 보이는 듯한 이 아이들이
어미의 따뜻한 품을 찾아 모여드는 어린 새들처럼
교무실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할 수가 없다.
"그래 너희들이 여기저기서 받은 스트레스 잠깐만이라도 풀고 가거라! 내 어찌 그것을 막을 수 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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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디리리 리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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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종쳤어 빨랑 빨랑 들어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