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오랜만에 스탠드 아래에서 일기장에 하루를 남기면서.
고등학교 때가 기억난다.
자정이 가까와 오는 시각, 습기가 항상 떠나지 않았던 학교 체육관 지하 독서실.
하루가 지나감을 아쉽게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일기를 썼다.
힘들고 지쳤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누구도 내 결정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힘내자. 스물일곱.
요즘 새삼 내 나이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책임감도 그 무게를 더하고 있고,
내가 같이 가야할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더 깊어진다는 것을 알아간다.
오랜만에 일기를 한번 다시 펴서,
오늘을 남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