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息 행복 김재진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나무처럼 사람들 속에 섞여 고요할 때 나는 행복하다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로 개울을 건너거나 대지의 맨살을 발바닥으로 느낄 때 만지고 싶은 것 입에 넣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것 하나 없이 비어 있을 때 행복하다 가령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닿고 한 마리 벌이 꽃 위에 앉아 있는 그 짧은 세상을 눈여겨 보라 멀리 산 그림자 조금씩 커지고 막 눈을 뜬 앵두꽃 이파리 하나 하나가 눈물겹도록 아롱거려 올 때 붙잡는 마음 툭, 밀어 놓고 떠날 수 있는 그 순간이 나는 행복하다
bedford
2003-08-07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