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거리#32 비 오는 날에는 잠겨있던 기억들로 가슴이 젖어온다. 비 오는 날에는 둘이서 빗소리를 같이 듣고 빗줄기를 바라보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잠방잠방 물길따라 감동을 새기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맥주 한잔 앞에 놓고 빗방울처럼 빛나는 그녀의 동그란 눈을 바라보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그리운 사람과 그저 바라보고 깔깔대고 웃고만 싶다. 비 오는 날에는 처마밑에 떨어지는 빗줄기따라 사랑을 늘리우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빛깔 고운 꽃잎이 되어 그녀 입술에 내려 앉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희뿌연 담배연기 사이로 그녀를 사로잡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그저 시간이 멈추고 영원하기를 바란다. 비 오는 날에는 내리는 비에 촉촉히 젖은 대지처럼 그렇게 그녀품에 가만히 젖어들고 싶다
이종배
2005-08-0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