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거리#32
비 오는 날에는 잠겨있던
기억들로 가슴이 젖어온다.
비 오는 날에는
둘이서 빗소리를 같이 듣고
빗줄기를 바라보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잠방잠방
물길따라 감동을 새기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맥주 한잔 앞에 놓고
빗방울처럼 빛나는
그녀의 동그란 눈을 바라보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그리운 사람과
그저 바라보고 깔깔대고 웃고만 싶다.
비 오는 날에는 처마밑에 떨어지는
빗줄기따라 사랑을 늘리우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빛깔 고운 꽃잎이 되어
그녀 입술에 내려 앉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희뿌연 담배연기 사이로
그녀를 사로잡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그저 시간이
멈추고 영원하기를 바란다.
비 오는 날에는 내리는 비에
촉촉히 젖은 대지처럼
그렇게 그녀품에 가만히 젖어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