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16 16번째로 올리는 우포늪 풍경입니다 우포늪은 황홀하다 4월의 냇버들과 5월의 자운영꽃밭과 7월의 가시연꽃과 8월의 생이가래 개구리밥과 9월의 부들밭과 10월의 애기부들꽃과 12월의 쇠물빛 낙조와 1월의 잔설지대도 나를 황홀한 경련에 등허리를 떨게 하지만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아내의 깊고 따스한 자궁처럼 무릎까지 깊숙이 빠져드는 고쟁이 늪은 나를 정말 황홀하게 한다 숨결마져 탁 막히게 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자주 우포늪을 찾는다 비 오고 바람 불어도, 비 오고 바람 불지 않아도, 유년의 젖은 버드나무처럼 우포늪을 찾아가서 한 발 두 발 고쟁이 늪으로 깊숙이 빠져들었다 온다 골풀로 익사했다 온다 소금쟁이로 자지러졌다 온다 물 없어도 물풀들과 함께 언제나 스스로 키 낮출 줄 아는 우포늪은 정말 우리들의 황홀한 고쟁이다
정일교
2005-07-29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