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캐는 여인 2 <끄랭이>를 끌다가 조금이라도 감촉이 다르면 여인은 즉각 끄랭이질을 멈추고 백합을 찾아낸다. 백합은 진한 개흙 속에서 첫날밤의 색시처럼 누워있다. 눅눅한 빨래처럼 젖어있는 기억을 뒤적여 어쩌면 순정 같기도 하고, 어쩌면 꿈의 숨소리 같기도 한, 그런 백합을 캐는 여인은 숨이 가쁘다. 옛날이었으리라 이 여인의 가슴에 갯지렁이처럼 꿈틀댄 사랑이 백합의 와신(臥身), 그처럼 눈부신 속살로 웃고 있었음은...
운향
2005-07-25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