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정체
슬픔의 정체
뒤에서 슬그머니 나를 따라 다니는
그러나 뒤돌아보면 보이지 않는
슬픔의 정체를 보고 싶어요.
연두빛 새잎이 싱그러운 이 봄날의 기쁨 속에서
문득 내 목덜미를 잡아끄는,
맑고 고운 햇살이 눈부신 황홀 속에서
문득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한 잔 술을 앞에 두고 즐거워 웃고 있을 때
내 뒤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리는,
고속도로를 달려갈 때
과일을 깎고 있을 때
겨울 바닷가에 서 있을 때
육교 위로 다 올라섰을 때
문득 내 등을 확, 떠미는
슬픔의 정체
백밀러의 死角地帶에 숨은
이 슬픔의 정체를 보고 싶어요.
詩. 박상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