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장집' 이란 옥호의 선술집을 처음 드나들던 시절이 아마 스물서넛 무렵으로 기억한다. 굳이 안주를 따로 시키지 않아도 군침도는 총각김치며 커다란 양은솥에서 허기처럼 피어오르던 동태국을 몇번이나 싫은 내색없이 퍼주던, 환한 얼굴만큼이나 인심이 후했던 이곳의 주인 내외는 시장통의 얼룩진 바닥을 허기진 개처럼 쏘아다니던 가난한 문학 지망생이었던 나에게 늘 눈물겨운 빵 한조각이었다. 어느덧 내 나이 서른 셋. 시간은 켜켜히 또 모질게도 흘렀건만 다시찾은 포장집의 늙은 주인내외는 용케도 나를 알아보며 매듭굵은 손을 내밀어 소주한잔을 권한다. 그시절 내가 사랑했던 詩들과 열망과 애인들은 이미 모두 떠나가고 없는데 다만 40년, 이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포장집과 사람좋은 주인 내외만이 남아 내 푸르던 날들을 지켜내고 있었다. 05년 겨울 춘천 육림고개 포장집.
▶◀시정잡배
2005-07-05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