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나키스트의 변명 아주 어릴 적 문학도였던 때에 만났던 이름 하나가 있었다. 이명준. 최인훈 선생의 소설 <광장>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에게서 아나키스트라는 단어의 실체를 처음 느꼈을 것이다. 한때 서대문 형무소가 있던 현저동을 자주 지나쳤었는데도 그 안에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옥사의 지붕 위에 한가롭게 앉아 있는 저 비둘기가 스스로 인식할 리는 없을테지만, 이쪽이냐 저쪽이냐의 이분법적인 흑백논리를 강요하는 사회 어느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던 이명준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웬일일까. 비둘기라는 날짐승이 '평화의 상징'이던 시절은 어느샌가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비둘기가 아나키스트로서의 속성도 벗어던진다면 그가 다음 번에 날개를 내리고 쉴 곳은 어디일까? ★........FinePix S3Pro / 2005:06:19 12:55:31 / 초점 거리 : 120.0mm / 셔터속도 : 1/750s / 조리개 값 : F5.6 / ISO 값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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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4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