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에 대하여. ------------------------------------- 두 팔로도 닿을 수 없는 거리로 쓸쓸히 슬픔을 그리고 있을 때 하늘이 먼저 그것을 알고 이렇게 창을 흔들며 불꽃을 일어주었구나 어깨를 툭 치며 반기는 이웃들도 거리를 활개하는 낯선 사람들도 제각기 제 길에 부지런할 때 나의 시야에서 차츰 멀어져 갈 때 거슬러 오르다가 터져버린 눈물 무어라 내일을 읽을 수 없는 어둠 차츰 허물어져 가는 이 시간에 홀로 되어 집에 들었는데 너와 내가 하나로 만나서 이토록 엄청난 거리를 두고 서 있는데 환한 대낮에도 보이지 않던 너의 얼굴이 이토록 붉어져 고백해 줄 수 있을 줄이야 내가 너를 안다는 것도 이쯤이면 결국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겠구나 슬픔도, 아픔일 수도 없이 다가오는 나의 이름을 잃을 수밖에 없다 -------------------------------------
Arsk
2005-06-23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