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d]아련한 추억
꽃의 학습 - 강우식
열세살이었다.
들병이의 구멍처럼 생긴
폐타이어에 박혀
처음 수음을 했다.
바다는 봄볕에 녹아
꿈꾸듯 잔잔하고
저 건너 음악교실에서 들려오는
오, 스와니, 스와니
그리워라, 그리워...
아찔하였다.
꿈이 폭발하는
공포
화산처럼,
바다가 뒤집혔다.
아버지의 비밀수첩을 몰래 엿본 듯
그날 저녁 집에 들어가
아버지와 마주 앉기 두려웠다.
첫사랑의 기억은
봄날의 아지랑이되어
가물가물
다 증발해버렸지만
아직도
스스로를 쓰다듬고 싶은 사랑 때문에
火印처럼 남아 있는
수음이여.
살다보면 한 여자로 안 되었던
내 인생의
외로움이
이 늙마에도
간혹 클라이막스까지 내닫지만
제물에 배출 안되는
좌절과 도전은 삶처럼 있다.
70 - 200mmL is usm 원본 리사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