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띄우는 편지... 열두번째(천국으로 가는 길, 제석봉에서...) 내가 이곳을 알게된지도 벌써 3년... 제석봉, 그 곳은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이런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순간 망연자실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호리호리하고 나약해보이는 나무들... 금방이라도 마른기침에 쓰러질 것 같은 녀석들... 하지만 그 속에는 나보다 몇 백배나 강한 강단같은 것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수백년을 이 곳에 서서,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드디어 나와 마주섰다. 그러고 보니 다들 나보다 나이가 많다. 할아버지도 아니고 증조부, 고조할아버지보다도 높다. 몇대조까지 올라가리라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그런데도 마주서면 반말짖거리다. ^^ '오늘은 이 나무를 담아가자... 다음에 오면 널 담아줄께...' 그리곤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지리에 올라 가장 많은 아쉬움이 남는 곳이 이곳 제석봉이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고사목들이 많이도 쓰러졌다. 지난주엔 바래봉 철쭉이 만개하더니 오늘은 세석을 지나 이곳 지리산 주능에도 철쭉이 한창이다. 늘 변함없는 그곳 지리산에는 그날도 변함없이 바람이 불었고, 구름이 일고, 잔잔한 감동이 함께했다... 2005.05.30. 지리산 제석봉.
chorok
2005-06-22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