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e a B r e e z e #59 .. 솥뚜껑 위의 삼겹살이 지글거린다고 해서 생의 갈증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찍 취한 사람들은 여전히 호기롭다 그들도 박박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는 것이다 세상의 남루나 불우를 그저 견디겠다는 듯 반쯤 남은 술잔은 건너편의 한가로운 젓가락질을 우두커니 바라볼 뿐 이제 출렁거리지도 기울어지지도 않는다 참다 참다 그예 저질러버린 생이 있다는 듯 창 밖으로 지그시 내리는 빗줄기 빨래는 오래도록 마르지 않고 쌀알을 펼쳐본들 점괘는 눅눅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아마 이 밤이 지나가면 냉장고의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켜야 할 새벽이 온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어쩌면 이 술잔은 여기 이 생에 건네질 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삼겹살을 뒤집어봐야 달라질 것 없고 희망은 늘 실날 같지만 오늘의 운세는 언제나 재기발랄 명쾌하다 62년생 범띠, 살다 보면 비가 오는 날도 있다 살다 보면 비가 오는 날도 있다 , 강연호 2005. 부산 영도
no mad
2005-06-21 1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