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그대 쪽으로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靈魂)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窓門)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 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 다. 그대, 내 낮은 기침소리가 그대 단편(短篇)의 잠속 에서 끼어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침묵(沈默)은 언제나 이리 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 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 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아아, 그대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 라. 나는 소리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 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생(生)의 벽지(僻地)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 한 등피(燈皮)를 다 닦아내는 박명(簿明)의 시간, 흐려 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친 바람 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치료탑
2005-06-20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