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의 추억 2
찢겨진 기억 위로 하얀 달빛이 내려앉는 밤
바다는 끝내 소리도 없이 섬을 떠났다.
친구들의 얼굴도 형제들의 얼굴도
바다에 구른 이슬처럼 사라져 버리고
기억의 밑바닥 메마른 해저(海底)에는
아직 마르지 못한 몇 방울의 눈물만 남아
그래도 행여,
생각하면 나타날까 떠올려 보고
떠올리면 돌아올까 기다려 봐도
이제는 내장(內臟)마저 말려진 몸, 차가운 육신
아, 우리는 죽어있구나
다시는 부활하지 못할 이 바다의 기억 위에
차마 감지 못한 눈, 열망의 몸짓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