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지지 않는 가로등의 이야기 -박서진- 켜지지 않는 가로등의 이야기 -박서진- 예전 어느쯤인지 모르는 과거에... 작은 언덕끝에 작은 가로등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인적도 드문 그곳에 왜 그 가로등이 서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지요... 그저 낮이면 쉬고 있다가 밤이 되면 다시 세상을 비추는 그런 평범한 가로등이었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어느 따스한 봄날 날아온 바람에 나무의 씨앗이 날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가로등 옆에서 자라기 시작했지요... 그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새 가로등보다 더 큰 존재가 되었답니다. 봄에는 작은 잎사귀를 키우며 여름에는 바람에 긴 초록색 머리결을 날리우며 가을에는 갈색껍질을 흐트리며 겨울에는 작은 가지로 하늘을 드리우는.. 그런 나무가 되었습니다... 가로등은 그 나무가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자기처럼 태양이 있을때 사라져 기억에 없는 시간을 보내는 존재가 아닌 항상 깨어있으며 항상 변화해가는 나무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던거죠 가로등은 항상 선망의 눈빛으로 나무를 보았답니다... 나무는 나무 나름대로 고민이 이었죠.... 나무는 사실 가로등을 좋아했답니다... 자신처럼 태양이 없으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밤이 되면 항상 다른 사물들을 비추어주는 그런 존재이니까요 나무는 그런 생각을 속으로 품고있었답니다... 서로에 대한 부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서로에 대한 호감때문인지... 둘은 매우 친해졌답니다... 낮이면 가로등은 밤이되어 나무를 만날생각에 포근한 휴식을 가졌고 밤이되면 나무에게 낮에 있었던 세상에 관한일들을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낮의 일들... 그것은 정말 가로등이 알고싶었던 것이었거든요... 나무도 그 마음을 아는지 항상 자신이 깨어있던 낮의일들을 가로등에게 해주었답니다... 그렇게 수많은 밤이 지나고 둘은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렇게 다시 수많은 밤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나무에게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파란 잎들이 따사로운 햇살에 날리던 여름이 되어도 나무는 잎이 나지 않았습니다... 밤이되면 쉬어야 하는 나무에게 항상 빛을 비추는 가로등의 존재는 사실 나무를 말라가게 하고있었거든요.. 그동안... 가로등은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언젠가부터..나무는 이야기를 예전처럼 재미있게 해주지 못했고... 자신에게 시큰둥하듯이 ... 예전처럼 푸른잎을 피우지도않았으니까요... 정말로 많이 속이 상했나 봅니다... 그리고 며칠간은 밤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고 며칠이 지났답니다... 사실 나무도 그 사실을 알고있었습니다... 자신이 말라간다는 사실을.. 하지만 나무는 가로등과의 이야기를 큰 행복으로 생각했고... 정말..그건 기뻤거든요...나무에겐.... 그러나 가로등이 켜지지 않은 며칠뒤 나무는 그동안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는 잎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가로등은 며칠뒤 깨어났습니다... 사실 가로등은 나름대로 나무에게 휴식의 기간을 주기로 생각을 했던거였지요... 허나 ... 나무는 이미 가지의끝까지 말라버린 채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그 가로등은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겠다는 마음에 다시는 켜지지 않은채... 그 언덕끝에 외로이 서있다고 합니다. 20050606 photographed by 'He was' canon s45 학교에있는....특이한 가로등과 가로수를 보고....
hewasjames
2005-06-07 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