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바다가 되고 싶었다. 바다였던 그녀는, 바다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몸이 모두 바짝 말라 陸이 되는 그날 그 순간까지도 바다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도 그녀가 바다였음을, 아니 바다임을 잊지 말라고 했다. 바다일 때, 그녀가 바다임을 알고 있을 때, 바다인 자신을 남겨 달라며 그녀는 수줍게 옷을 벗었다. 바다였을 때 그녀는 아름다왔으리라. 그렇지만 내 눈에 비친, 이미 바다가 아닌 그녀의 나신은 온몸에 깊이 패인 노파의 주름처럼 온통 검붉은 빛이 되어 일렁이고 있었다. 눈앞이 흐려지는 순간, 나는 셔터를 눌렀고 그 옛날, 바다였던 그녀의 나신이 내게 주던 유혹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시화湖
정현父
2003-07-28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