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녹색이 있었다 비가 그친 오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뒷 담벼락에는 그런 녹색이 있었다. 누구도 푸르길 원하지 않았고 빛 마져 외면한 그곳에 비가 그치고 습습해진 뒷 담벼락, 나와 오래 된 벽 사이에는 그런 녹색이 있었다 팍팍한 내 기억만큼이나 팍팍히 벽을 덮은 이름모를 이파리의 군락이 있었고 잊어야 할 기억만큼이나 선명한, 들숨과 날숨을 축축한 초록으로 물들게 하는 그런 녹색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