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부인
어느날 예고도 없이 방문하신 백작부인,
방 창문에 알을 낳아놓고 다음날 새벽 훌쩍 떠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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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나비보다 나방을 좋아합니다.
나비는 꽃을 찾아 나풀나풀 화려한 무늬를 뽑내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흡사 아름다운 아가씨와 같다면
나방은 연상작용이 밤과 연결되고
가볍지 않은 몸짓이 뭔가 마이너적인 느낌입니다.
나비의 화려함과는 달리 위협적인 날개의 무늬도
그 (나쁜)인상에 한몫을 하겠지요.
그러나 나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비에게 없는 매력적이 있습니다.
나비의 아름다움이 날개에 국한되어있는 반면
나방은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오밀조밀 아름다움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필로 그려놓은 듯 한, 미녀의 속눈썹을 연상시키는 더듬이부터
글래머 여성을 연상시키는 통통한 몸통까지,
그리고 대부분 나방들은
곤충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털가죽(?)을 입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만난 나방에게 백작부인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그녀가 입고있는 고급스러운 털옷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크기와...(어른 손바닥정도 크기)
그녀는 알을 낳은 장소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알들은 아직도 제 방 창문에 붙어있습니다.
아파트 10층의 알미늄 샷시에 붙은 알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내일은 퇴근하는대로 적절한 용기를 찾아서
알들을 모아 키워볼생각을 하고있습니다.
내년 요맘때 아름다운 백작부인을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