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안개는 새벽녘 화려했던 자신만의 시간을 결코 고집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들을 힘의 논리로 포획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 밤을 뜬눈으로, 만물의 색깔은 얼마나 숙성됐을까 묵묵히 지켜보다,
이 때다 싶으면, 신선하고 고귀하며, 순수하고 가치있는 시간을 남겨두고,
잊어야 할 슬픈 기억들은 기꺼이 떠 안은 채, 매일 아침 장엄한 최후를 맞는다.
·············································································································· 2005/05/03 청양
♪ ···· 이병우, 집으로 가는 길 jerimuse/go_home171.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