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e a B r e e z e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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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가면 파도는 너무 낮아서 팔을 뒤로 하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바다에 가면 그 어느 바다라도 (내가 본 바다, 짬밥 먹던 수병 시절 달포씩 헤매다녔던 서해 바다, 유학 시절 불란서에서 보았던 지중해와 대서양) 너무 낮아서 몸을 젖히고 땅끝까지 고개를 젖히고, 그래도 바다는 너무 낮아서 눈시울을 수평선에 맞출 수가 없다 언제나 바다는 낮고 나는 너무 높아서, 젖가슴 위로는 쓸데없는 것인 줄 알고 나직이 한숨짓는다
바다, 이성복
2005. 부산 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