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약속..그리고 앞으로의 약속 찰나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한 사내의 10년 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 지… 이 청년은 어느 한 아름답고 착한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이 여자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존재가 될 지 모르는 그는 그녀가 마냥 좋기만 합니다. 하루는 여자에게 이 남자는 결혼 얘기를 꺼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싱겁고, 볼품없는 청혼에, 그 여자는 왜 그랬는지 너무나 쉽게 승낙을 합니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이 청년의 부탁을, 그녀는 왜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허락했는지… 가끔은 그 때로 돌아가 다시 물어보아도 똑 같은 대답을 해 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1995년 5월 20일.. 명동성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그들에게 약속한 미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는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해 했습니다. ‘아내’, ‘남편’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에 어색한 표정을 짓던 그들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막 10년이란 세월이 지나, 또 다른 10년을 시작합니다. 10년 전 그의 눈에 비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녀는 이제 두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가냘프고 여린 모습은 세상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한 아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여전히 아름답기만 합니다. 아니 그는 그녀가 예전의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고 합니다. 예전에 잘 몰랐던, 그녀의 깊은 사랑과 넉넉한 마음, 언제나 든든한 믿음을 알았기 때문이랍니다. 그는 이제 다시 10년 전 그 곳, 그 성당에서의 그 말들을 다시 되 내여 봅니다. “나 최진호는 임세라를 아내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의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마지막 날에도 이 약속을 지킬 거라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답니다. 그리고 오늘 10년이 되는 오늘, 그녀에게 10년 전 근사하지 못했던 말들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세라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세라야. 혹시 나와 함께 아침에 같이 눈을 뜨며, 네가 슬플 때 내가 항상 네 옆에 있게 해주고, 네가 기쁠 때 내가 제일 먼저 알 수 있게 해주며, 그리고 마지막에도 널 위해 기쁨이면서 동시에 슬픔일 수도 있는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허락해 주겠니? 사랑해 세라야.” “주님께서는 두 분이 교회 앞에서 고백한 이 합의를 당신 은혜로 확고하게 하시고, 두 분에게 복을 가득 내리실 겁니다.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할 것입니다.” “믿습니다. 주님..아멘!” ------------------------------------------------------------------------ 지난 금요일 저희 10주년 결혼 기념일날..아내에게 전해 준 편지였습니다. 말없이 흘리던 아내의 눈물.. 그 날은 참 행복했었습니다.
뭉치아빠
2005-05-22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