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 권투 경기가 끝나면 승자는 피묻은 주먹, 멍든 눈으로 애써 웃으며 트로피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그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두들겼는지를 알지 못할 것이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잔혹한 승부의 자장 곁에 있는 사람은 잔혹과 비잔혹의 구분을 쉬 잊는다. 그저 고함을 지르고, 잔혹한 승부를 즐김으로써 애써 자신의 잔혹성을 잠재우는 것 뿐이다. 승자와 패자 그리고 관객 그 누구도 밀러언 달러 베이비가 될 수 없는 그 허망한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조건의 한계 인지도 모르겠다.
화덕헌
2005-05-10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