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고장났으면...
어느날 시골 산골동네에 이상한 물건하나가 들어왔다.
서울에서 누나가 가져온 물건....
윙~~~윙!~~~ 하는 소리에 시골동네가 떠나갈것 같았으나...
호기심 발동에 무엇하는 물건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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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하는 소리에 고추가 갈아져 나오고...
콩이 갈아져 나오고...
깨가 갈아져 나온다는... 누나의 이야기~~~
뭐든지 넣고 버튼만 누르면 쉽게 된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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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
더 다양한 제품들로 인해 참 많이 편리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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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기가 없던 시절...
뒤안에서는 어머니의 빠른 손놀림에 의해 학독에선 여러가지 음식재료들이 나왔죠.
김치 담그는 고추양념... 콩국수물... 깨...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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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분들은 혹시 [학독]이란걸 보시거나 사용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오랜만에 포스팅을 시작하면서 학독이야기 하나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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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어머니 열아홉살에 시집와서 구입했던 물건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50여년이 된 물건이 되었네요. 골동품!!!
학독이라는 말은 원래 [확독]이랍니다. 저도 처음에는 잘 몰랐죠.
'확'은 지금도 방언형에서 쓰이고 있는데, 나무나 돌을 움푹파서
그곳에 여러가지 곡식들을 찧거나 하는 도구를 말한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움푹 들어간 곳을 '확'이라고 하고 '독'은 '돌'의 방언형이랍니다.
제가 살았던 전북 정읍지역에서는 돌을 독이라고 하고 있답니다.
지금도 남부방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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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속의 학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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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억에는 학독으로 짐치(김치)를 담그려면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추를 학독에 넣고, 밥이나 풀을 쑤어 조금 넣고 마늘등 양념을 넣은뒤
사진에서 보이는 저 돌멩이로 한참동안 갈아야 했기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았죠.
생각해보세요. 작은 돌멩이로 한 20여분을 간다고 하면... 옛 어머니들은 참 힘들게 살아오셨네요.
지금과 비교해보면 말이죠.
이렇게 갈고나면 어머니의 어깨는 힘이 빠져 몹시 고단했을거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철없던 시절에는 그걸 몰랐죠.
더운 여름날에는 힘드셨는지 학교에서 돌아온 제게 면(=읍내)에 가서 고추를 갈아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는 몇백원이면 금방 갈아주곤 했었는데....
그렇게 제게 심부름을 시키고 어머니께서는 학독에 콩을 갈아 콩국수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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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독을 보고 있으면 동네 품앗이 해서 들녘에서 새참 먹을때.... 길가시던 동네 어르신들 함께오셔서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콩국수 한그릇으로 정이 오갔던 시골의 들길 풍경도 ㄱㅣ억납니다.
지금은 거의 사용은 안하시는듯 하지만 가끔은 뒤안에 서서 바라볼때면
허리 굽으리고 가족사랑을 갈아내셨던 어머니의 젊으셨던 날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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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죠... 학독에서 갈아 만든 김치 양념으로 짐치를 담그면 말이죠... 겁나게 맛있답니다.
어머니 그러시죠. "고추는 학독으로다가 다 갈아가꼬 짐치를 담거야 제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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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합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짐치맛... 시원한 콩국수...
올 여름 휴가때엔 다시 그 맛을 느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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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우리 시골집 믹서기!!! 제대로 고장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