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 2 - 105동 1층 1.2.3.4호 내가 사는 아파트 105동에는 한 층에 네 집이 산다. 집집마다 창들이 틀에 넣어 찍어낸 듯 똑같아 보이지만 가까이 눈을 대고 보노라면 창마다 그 나름의 다름이 있다. 어제, 귀가 후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 지친 어깨를 내리느라 그대로 앉았다가 때마침 창들에 하나 둘 불이 켜지는 걸 보았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카메라에 담고 싶어 1호 2호 3호.. 순서대로 찍고 있는데 경비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뭐 찍으세요?" "창문요.." "그거 찍어서 뭐하게요?" "예뻐서요.." "예쁘긴.. 내 눈엔 그저그렇구먼요 .." "사는 모습들이 예쁘잖아요" ".........." 예전에 흔하게 보던 밥짓는 연기는 아닐지라도 비록 공동주택이긴 해도 귀가하는 가족의 저녁을 준비하느라 부엌쪽으로 난 창들이 하나 둘 환해지는 모습, 또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양념 다지는 도마소리와 시장끼를 끌어내는 구수한 찌개냄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따스하고도 예쁜 풍경이다. .
해아래
2005-04-29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