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 2 - 105동 1층 1.2.3.4호
내가 사는 아파트 105동에는 한 층에 네 집이 산다.
집집마다 창들이 틀에 넣어 찍어낸 듯 똑같아 보이지만
가까이 눈을 대고 보노라면 창마다 그 나름의 다름이 있다.
어제,
귀가 후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 지친 어깨를 내리느라
그대로 앉았다가 때마침 창들에 하나 둘 불이 켜지는 걸 보았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카메라에 담고 싶어
1호 2호 3호..
순서대로 찍고 있는데 경비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뭐 찍으세요?"
"창문요.."
"그거 찍어서 뭐하게요?"
"예뻐서요.."
"예쁘긴.. 내 눈엔 그저그렇구먼요 .."
"사는 모습들이 예쁘잖아요"
".........."
예전에 흔하게 보던 밥짓는 연기는 아닐지라도
비록 공동주택이긴 해도 귀가하는 가족의 저녁을 준비하느라
부엌쪽으로 난 창들이 하나 둘 환해지는 모습,
또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양념 다지는 도마소리와 시장끼를 끌어내는 구수한 찌개냄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따스하고도 예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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