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그곳에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월곡 2동.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곳.
내 기억에 의하면 아마도 60~70년대 내가 살았던 길음동, 정릉동의 골목을 포함해서 서울의 일반적인 서민 주택가의 모습이 그러했다. 비좁은 골목, 재래식 화장실에서 풍겨오는 냄새, 여기저기 쌓인 연탄재. 그러나 이제 달동네라 불리우는 이곳에는 빈 골목만 사방으로 뻗어있고, 그 옛날 내가 기억하는 활기찬 골목은 그곳에 없었다.
앞으로 1년 정도면 철거될 지역이어서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떠났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은 정말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처지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붉은 페인트로 벽에 '철거'라고 쓰여있는 집앞에 걸려있는 빨래감은 아직까지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음을 말해준다.
마을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십자가를 머리에 이고 교회가 서있다. 저녁마다 켜지는 저 십자가는 이 사람들의 절망에 과연 얼마만큼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짐을 끌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 노파, 엄마 등에 업힌 어린 아이의 모습를 보면서 그들이 겪을 가난의 무게와 거친 미래를 막연히 짐작해본다.
그러나 내 자신 역시 이곳을 그저 사진에 담는 한 사람의 방관자일뿐이다. 찻길 하나 건너 무심히 서있는 현대식 고층아파트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그런 동정심만 알량한 존재인 것이다.
하늘 위로 달이 쓸쓸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