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시간을 잊고 산다. 둘!
신발은 주인을 모른다
- 김혜영
신발장을 연다 네모난 거울에 유화로 그려진 장미꽃이 비친다
현관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신발들이 웃는다
주인님 오늘은 어디로 가시나요 ?
검은 부츠를 신는다 부츠가 터벅터벅 엘리베이터를 탄다
하얀 아이가 까만 눈동자로 눈인사를 한다
아이들은 시간을 잊고 산다
신을 벗었다가
신을 신는다
태어날 때마다 신발을 바꿔 신었지 늘씬한 백마였던 때도 있었지
사원의 청소부였던 때도 있었지
한량처럼 기생집을 드나들던 시절도 있었지
주인을 찾아 하마정 거리를 뚜벅뚜벅 걸어간다
달마 대사의 짚신을 찾아 푸른 바다 위를 햇살처럼 걸어간다
몸을 홀라당 벗게 될 때, 나 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