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밟아보기 내가 아주 어려서부터 열살때까지 살던 집이다. 경북 의성군 신평면 중률2리. 쉽게 밤실이라고 부른다. 밤나무가 많아서 밤실이라 한다고도 하고, 옛날에 임금님이 피란을 왔었는데, 이 동네 밤이 맛있다고 해서 밤실이 됐다고도 한다. 저기 나와 있는 크은 나무는 동이나무다. 느티나무이고 자세히보면 옆에 소나무도 한그루 있다. 느티나무 두 그루를 합쳐서 그냥 동이나무라고 한다. 옛날에는 단오가 되면 동이나무에 새끼 꼬아서 만든 그네달아서 동네 어른들이 누가 더 높이 차나 시합하기도 했다. 요새도 지내는지 모르지만, 전엔 동이나무에 새끼줄 쳐놓고 제사지내기도 했다. 무슨 제사인지는 모른다. 몇해전에 큰 홍수로 옛날부터 있던 제방이 다 부서져서 공사를 새로 했다. 그래서 옛날에 그렇게 많았던 납자루나 옴골뱅이도 하나도 없다. 저기서 빨가벗고 수영도 하고 목마르면 그냥 떠서 마시기도 했는데, 이번 설에 가보니까 물이 너무 더러웠다. 물고기도 한마리도 없고... 지금은 저 집에 집수리를 조금 해서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마을에 상점이라곤 조그만 가게 하나 밖에 없는 촌이지만, 또 나름대로 많이 변해버린 곳이지만, 그래도 내 고향이고 어릴적 추억이 담긴 곳이다.
『달의눈물』™
2005-04-22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