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탕의 추억
온탕에서 반신욕을 하자면
뭐니뭐니해도 인내력이 필요하다.
물이 뜨거우면 10분이면 땀이 나오지만
덜 뜨거우면 20분은 족히 하릴없이 앉아있어야 한다.
마주 앉은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지루하고 심심한 시간이다.
하지만... 하지만 지구에는 참으로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법
그 다양한 행태로 인해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10분이 흐를때가 있다.
오늘 내 앞에 앉은 멀대 같은 아저씨는
탕에 앉자 마자 늦은 점심을 먹고 왔는지
연신 손가락을 입안에 넣는다. 어금니 쪽에 뭔가 끼였나 보다.
갈비탕 먹다가 고기살이 꼈을까?
아니면 정구지 나물이 꼈을까? ㅋㅋㅋ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그 멀대 같은 아저씨
입안에 넣었던 그 손을 빼서 슬그머니 탕안으로 담그는 것이었다.
그 아저씨 과연 구강내 작업은 성공적이었을까?
그렇다면 그 적출물은 지금 어느 수면을 부유하고 있을까?
10분이 훌쩍 지나서 이기도 했지만 멀대 아저씨 덕분에
더는 같은 탕에 몸을 담궈놓고 싶은 맘이 사라져 나는 서둘러 샤워기 앞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