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삼룡여관
바닷가 여관
- 허문영
푸른 바다를 끌어다 이불로 덮었다
모래사장은 비단요가 되었다
비디오 옆에 놓여진
두개의 칫솔, 허연 두루마리 화장지는
봄밤의 나른한 불륜을 꿈꾸게 했다
밤바다를 비추고 있는
벽거울로 들어가 잠을 청했지만
바다 이불 속에서는
해파리떼 같은 잡생각들이
밤꽃처럼 떠올랐다
죽고 살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가난한 부자와 돈 많은 가난뱅이
옛날 여자 지금 여자
... 성(性) 성(聖) ...
이처럼 모순되는 것들만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바닷가 여관 이불 속에서
파도는 줄지어 새끼를 치며 태어나고
뿌리째 뽑혀버린 곰피, 매생이, 파래, 톳같은 해초들로
모래톱은 해변의 묘지가 되어버렸다
밤바다를 쫓겨난 내 관음증과 함께
방울방울 게거품으로 피어나던 불륜의 꿈들도
가슴팍 방파제 쪽으로 쓸려나갔다
파도는 불가사리가 되어
밤바다를 갉아 먹는 동안
산호초 옆에서 춤을 추던 미역들이
팔등신 여인으로 다가왔다
바닷가 여관
빛바랜 거울 속에서
미망(迷妄)의 통통배 한척이 빠져나와
몸 밖의 먼 바다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