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보낸 추석
어릴적부터 자연스레 믿게된 종교때문에 한번도 제사를 드린 적이 없는 난, 사실 조금은 낯설기만 했다.
그날 난 (원칙적으로) 여자는 절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처음 알았으며,
음식을 상 위에 진열하고 술을 따르고 하는 것이 그토록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도 몰랐다.
추석을 의미있게 보내자는 도깨비형님의 제안을 듣고는 난 망설였다.
우선 내게는 추석이란 그리 큰 의미의 명절도 아니였으며, 여행 중에 잠시 머물게 된 그곳에서 무언가를 번거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상님들이 언제 한번 인도에 와보겠냐?"는 형님의 말을 난 믿지않으면서도 거역할 수 없었다.
한국에 살때에는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만 먹던 철없는 여행자들이 어찌어찌 인연이 되어 델리의 어느 한 식당에서 추석을 보내기 위해 새벽까지 음식을 만들었다.
혹시나 우리의 땀이 묻어있는 음식들이 고양이들의 푸짐한 음식이 되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음식 옆에서 선잠을 잤다.
그리하여 차려진 추석날의 제삿상은 모든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까지 했다.
하지만, 목에 큰 칼자국을 내고는 우리들의 뒷풀이 바베큐가 되어준 저 이름모를 돼지에게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