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색이란 빛이 사람의 눈 속으로 들어와 이루어지는 지각의 형태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리적인 '빛'이 소멸된 가상의 공간, 이를테면 꿈이나 기억 속에서도 색을 발견하게 된다. 어떨 때는 오히려 꿈속에서의 색이 더 강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시감각이 마비된 장님들도 색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그들이 보는 색은 과거의 색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색이라는 것을 빛의 분광을 인정하는 시감각의 한 특성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색은 인간의 신체 혹은 빛과도 무관하게 각각의 사물들에 부여된 태고의 품성인 것인지도 모른다. 저 보랏빛 하늘을 보라. 오랜만의 외출에서 돌아온 미친 여자의 화장이 지워져가는 듯한. 나는 눈이 멀고 나서도 저 하늘을 기억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선명하게. 나는 색을 잡으러 다니는 사냥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