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초 이야기
“거기서 뭐하나?”
“예… 할머니, 꽃이 예쁘게 피어서 사진 찍고 있어요!”
“그려~! 요즘 사진끼는 바로 바로 나오던디… 핵교 다니는 손자가 지난번에
와서 사진을 찍던데, 찍고서 바로 바로 보여 주더라고.. 좋은 세상이야……”
“그치요.. 좋은 세상인 것 같아요.. 히히히”
할머니는 이야기 중에 꽃밭 중간으로 가셔서 잎 파리들을 골라 따고 계셨다.
“죄송하지만, 뭐하는거여요……?”
“응, 날씨도 좋고 …… 그래서 그냥 마실 삼아 나왔지…… 이제 좀 있으면 저녁이니
이놈을 따다가 쪄서 된장에 밥 싸먹으려고…… 맛있지…… 자네도 좀 따 줄까나?”
“에휴…… 괜찮아요…… 손수 따시는 건데 할머니 드세요…… 근데 이 꽃 유채꽃인가요?”
“글쎄, 우리는 겨울초라 불러…”
“겨울초요?”
“응, 겨우내 있다가 핀다고……”
“할머니, 제가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으잉, 시려~! 이 볼꺼 없는 늙은이를 뭐 하려고…… 걍~ 꽃이나 찍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찍어 드리겠다면 거의 모두가 같은 멘트를 하신다, 이젠 나에겐 참으로 정감이 넘치는 말이 되었다.
“꽃이야 많이 찍었어요…… 웃어보세요…… 제가 사진끼 바꿔서 바로 보실 수 있는 걸로 찍어드릴게요……”
“아이구야~~~ 참……”
너무도 정겹게 웃어주시는 모습…… 나는 이런 모습 때문에 요즘 사진을 찍는 것 같다.
“총각, 이거 가지고 가서 먹어, 아주 맛있어…… 자네 줄게!”
“아니어요…… 손수 따신 건데…… 게다가 처음 본 사람에게 그냥 주세요?”
“처음 본 사람에게 주는 게 더 좋지… 주는 거 같지나~!”
오늘도 나는 행복을 두 배 않아 들고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