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Habana
눈내리는 하바나
Malecon에 갔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 등장하는 그 바닷가...
엄청난 파도가 방파제를 강타하며 질주하는 미국제 클래식 카를 덮치지만 자동차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해변을 질주하는 장면…
방파제 위에서 한무리의 아이들이 걸어오며 장난을 친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연신 킬킬거린다.
그런데 갑자기 온몸을 적시는 물벼락을 맞는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한 장면처럼 한무리의 파도가 방파제를 뛰어넘어 직격탄으로 나를 덮친 것이다.
졸지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버렸고 방파제 위의 아이들은 그런 내모습을 보고 소리 지르며 웃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파도를 맞았을때의 그 느낌이란…
참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묘한 느낌이더라…
그간 도시생활에서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그 파도 한방이 후련하게 날려버린 듯한..그런 느낌이랄까…
카메라도 쫄딱 파도를 맞아 버렸지만. 이미 나와 함께 수차례 방수능력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난 나의 카메라를 신뢰한다.
한낮 기계에 불과한 카메라지만 극한 상황에서 꿋꿋이 버텨주며 자기의 임무를 묵묵히 해줄 때에는 적어도 기계의 존재를 넘어 소중한 친구로 내게 다가온다.
방파제를 때리며 산산히 부서진 파도 조각들이 하얀 물거품이 되어 렌즈에 튀는 순간 본능적으로 누른 셔터가 추억의 사진 한장을 내게 만들어 주었다.
마치 열대지방인 하바나에 송이송이 눈이 내리는듯한 그런 사진을...
2004년 10월 쿠바 하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