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시립미술관에서 제일 보기 좋았던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었어. 꼬맹이는 마구 뛰어다니며 그림을 보고, 아버지는 화장실을 갔는지 보이지 않고, 어머니는 보행기에 앉아 있는 애기를 쳐다보고 있더라구. 꼬맹이를 붙잡고 같이 돌아댕기고 싶더라. 벌써 아빠가 되고 싶은건가. -.-;;
어릴적부터 저런 그림을 보며 느끼는 것을 편하게 얘기해 버릇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하거든. 물론 내 아버지도 열심히 해 주셨어. 산도 자주 갔고, 박물관도 자주 갔고, 무엇보다 책을 엄청나게 사 주셨어. 다른건 몰라도 책 산다고 하면 지갑을 척척 열어주셨었지. 서점아줌마랑도 무지하게 친했었어. 깨끗하게 본 책은 새 책으로 바꿔주시기도 했었을 정도야.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때만 하더라도 미술이란 꽤 '잘 사는 분들의 여유 있는 취미'로 여겨져서 미술관이나 갤러리 가기는 쉽지 않았던것 같아. 대신 산을 엄청나게 다녔고, 엄청나게 가기 싫어했었어. 후후. 어릴적엔 관악산을 많이 갔고, 상계동으로 이사가서는 북한산, 수락산, 도봉산을 다녔어.
왜 얘기를 하다가 대뜸 대뜸 옛날 얘기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