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저께 밤 , 여자친구 아버지의 고깃집에서 싸움이 났습니다. 술에 취해 흉폭해진 사람들사이에서 그 아이와 아버님은 쩔쩔매셨나봅니다. 울며 버벅대며 말도 잘 못하고 당황하는 그 아이의 전화를 받고 뛰어들어간 고깃집에서, 다짜고짜 날아오는 주먹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미 이성을 잃은 그네들 사이에서 밟히고 있는 그 아이의 아버님과, 부엌에서 울고있는 그 아이를 뒤늦게 보고서야 상황판단이 되더군요. 주사가 심한 사람들의 마음상태를 어느정도 알기에, 고작 할 수 있었던것은 그 아이 아버님 곁으로 기어들어가서. 아버님께 날라들어오는 발길질과 주먹질을 대신 맞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항상 시민의 곁에 있어준다던 경찰분들께서 뒤늦게 오신 후에야, 상황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난동을 부리던 그네들은 다리가 풀려 경찰차에 업혀 실려가고, 그 아이 아버님은 피해자로 서에 불려가셨습니다.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기만 한 그 아이 옆에서 멀거니 서있다가, 바보같이 왜 맞고 있었냐고 혼쭐이 났습니다. 히멀쭉 웃어주자 약을 발라주던 그 아이가 옆에 있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줍니다. 엉엉 울면서 찍어서인지 16장이나 찍었는데 안흔들린 사진은 이 한장 뿐이더군요. 방금 집에 돌아와 카메라에서 사진을 뽑으면서, 왠지모를 씁쓸함에 더해진 기분좋음과 덩달아 저 역시 한잔 취하며 올려봅니다. 아직도 등허리나 배가 욱씬거리는군요. ㅠ,ㅜ 나이는 스무살이며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이런 우울한 사진에 음주를 곁들여 설명 올린 점 죄송합니다.
2005-03-26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