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늦은 점심 할머니가 싸가지고 오신 은박지의 늦은 점심과 식어버린 종이컵의 물한잔.... 오늘 할머니의 늦으신 점심은 그동안의 제 측은지심이 얼마나 건방진 것이냐며 일침을 가하셨습니다. 할머니의 늦은 점심은 주어진 환경에 연연하지 않음은 물론 현재의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게 보여주시고 계신데... 값비싼 물건과 허드렛일을 하시는 할머니의 대비, 아니면 풍족하고 맛있는 음식들과 초라히 손수 싸오신 점심을 드시는 할머니등 그냥 흔하고, 어찌보면 천박하기까지 한 가볍디 가벼운 아이러니 또는 할머니의 가녀린 어깨와 그 너머로 쌓여진 물건들과의 아주 저급한 대비 장면이나 생각하는 저에게 그것은 얼마나 단순한 잔머리이며 한 3~40년전 부터 수많은 사진가들이 촬영했던 장면을 그저 아무런 여과없이 답습하거나 혹은 복사하는 기계일 뿐이라 지적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언제까지 승화시키지 못하는 답습의 길을 걸을 것이냐고....... 다큐멘터리 작가이신 최민식 선생님 맘속에 아픈 기억이 하나 있답니다. “아버지는 남들의 슬픈 모습을 아버지의 기쁨으로 삼은 것이 아니신지.....” 그 분의 따님께서 최민식 선생님께 한 말이랍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할머니의 파란조끼에는 '청각장애인이므로 차량은 주의'하라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心琴
2005-03-25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