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왜 그렇게 쳐다 보세요?
산동네를 땀을 흘리며 언덕 끝까지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왜 그렇게 쳐다 보세요?"
"뭐 찍는거야?"
"그냥 이것저것.. ^^;;"
그렇게,산언덕에 텃밭에서 일을 하시고 계셨던
할아버님과의 인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산동네를 돌아다니며 처음 이야기를 하게 됬던 분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사세요? 여기 참 좋네요~ 광주가 아닌거 같아요"
"아니, 나는 저 밑에 살아~"
"여기, 텃밭 직접 일구시는 거에요?"
"응. 정년퇴임하고 나서 하는거야. 사람은 놀면 안돼. 일을 해야 돼."
"우와~ 할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내가 6.25 때도 참전 했으니까, 몇살이나 먹었겠어?"
"음.. 예순 좀 넘으셨나.. 환갑 넘으셨죠?"
"에이~ 그것보다 더 먹었지~"
"와~ 나이보다 정정하시네요~ ^^;;"
정년퇴임을 하시고, 소일거리를 찾아 텃밭을 일구신다는 할아버님.
텃밭의 작물로 아들내미, 손주자식들 주시고 자신도 드신다고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김선일씨 이야기도 하고, 스승과 제자, 공무원
의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예전같지 않다고 합니다.
스승은 스승같지 않고, 공무원들은 서민들 피나 빨아먹고 있다는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스승은 스승같고, 공무원은 서민을 위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공자의 정명정신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할아버님 퇴임 전의 직업을 여쭤보지 못했는데, 교직에 몸 담고 계셨을거 같습니다.
"학생도 공부 열심히 해. 학생은 학생다워야 해. 그게 효도하는 거야."
"헉! 할아버지 저는 그럼 불효자인가 봐요. ^^;; 더 열심히 해야 겠네요."
"할아버지, 말씀 감사합니다. 저 다음에 또 와도 되죠?"
"공부해야지. 너무 돌아다니지 말아. 그래도 담에 또 와~"
"네~ 다음에 또 올게요~ 아! 어디 이쪽에 괜찮은 곳 없어요?"
"저기 큰 나무 보이지? 거기 한번 가봐~"
그 날, 할아버님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더 많은 말씀 듣고 싶었지만, 할아버님이나 저나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시간을 계속 잡고 있을 수 없어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길을 떠나면서 할아버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사람은 놀면 안되고 부지런해야 하며, 본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광주 발산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