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전거...
빈 자전거 / 정대구
누구를 태워 여기까지 왔는가
낡았지만 아직은 쓸만한
문밖에 세워둔 자전거 한 대
빈 안장은 또 누구를 더 태우고 싶어하는지
세월이 좀먹나, 문안을 기웃기웃
기다리는 마음에 바큇살 녹슬고
황톳길 달려왔는지 붉은 흙 묻힌 채
다시 주인을 태우고 낯선 세월 속으로
햇살 가뱝게 퉁기며
바람을 가르고 떠나고 싶어하는
지칠 줄 모르는
빈 자전거 한 대 문밖에 서있네
누가 페달을 밟을 것인지
여기서부터 갈 길이 먼데
구름 몰려드는 서쪽하는 치어다보며
어서 나와. 어서 나와 두 발 동동 구르는
문 밖에 세워 둔 자전거 한 대
빈 안장에 내 손을 대본다.
가양대교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