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머니께 약을 전해드리라는 어머니의 심부름에
버스를 타고 삼십여분 남짓 가서 도착한 할머니댁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세월의 흐름에 더이상 건강하시라는 인사가
무색하리만치 늙으셨다.
약을 드리고 저녁을 먹고 그만 나오려는데, 할머니께선
날도 저물었는데 자고가라며 큰손주의 손을 붙드셨다.
사랑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누웠다.
디카를 가지고 갔지만 내 취미를 빌미로 당신의 모습을 찍자는건
사양하실 것 같아 한참을 디카만 만지작 거려야 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할머니께선 즐겨보시는 드라마가 있다며
채널을 돌리자고 하셨고
당신께선 꼭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미동도 않으신채
TV만을 응시하셨다.
미니삼각대에 의지해서 촬영한 사진 한컷.
할머니는 손주녀석의 카메라가 아닌 TV를 보시고
난 그저 할머니의 모습아닌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그날 사랑방은 참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