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백수로 일주일째를 맞이한다.
청년 실업 300만 시대에 그다지 젊지도 않은 사람이 백수의 나날을
보내는 것이 그다지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 내 스스로는 너무나 신기한
나날들이다. 하긴, 슬슬 주머니가 비어가고 바깥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시체놀이’를 즐기는 편이 더 낫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슬슬 어려움을 느끼게 될 때가 된 것이려니 한다.
그럼에도 그냥 보낸 오늘이 아쉽고 내일을 기대하게 되다니 이 또한
신기한 경험이다.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기대’라는
것을 할 수 있다니. 어려운 상황에 대해 스스로 거는 최면이라고
빡빡하게 이력서를 꾸미라는 외침도 가슴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지만
이미 채워진 것으로 나를 표현할 수 없다면 덧칠한 듯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절망의 끝자락을 만나보지 못한 탓에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한 자화상을 마주하게 될 뿐.
자…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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