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닦다가...
이를 닦다가...
입안의 치약과 그 거품들을 한모금 삼켜 보았다.
예의 느껴지는 그 씁쓸한 거품들과 목구멍까지 느껴지는 치약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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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을 입고...
꽃동네를 간 적이 있다.
물론 별다른 문제가 없어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또, 자신 한몸 추스리기도 너무 버거워 그곳에 오신분들도 계셨다.
내가 오전동안 맡은분은 어떤 할아버지였는데.
그분은 말로만 듣던 식물인간인듯.
아무 말씀도.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렇게 누워만 계셨다.
이윽고 점심시간이 되어
병원에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식판에 담겨진 식사가 도착했다.
"어떤거 좋아하세요?"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물드릴까요?"
대답이 아니라 그 어떤 반응도 없는 할아버지와
내 목소리는
마치
허공에의 외침처럼.
그렇게 허무했다.
분명 한수저의 죽이 담긴 숟가락과
한컵의 물들을 바라보면서도
할아버지는 전혀 그 어떤 의사표시도 하지 않았다.
점심이 끝난후...
다른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도 양치질을 하셔야 하는 시간이다.
난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할아버지의 입에 물려드렸다.
역시 할아버지는 그저 입을 우물우물하실 뿐...
다시 칫솔을 잡아들고
할아버지의 치아를 닦아드렸다.
헌데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이를 닦는거라면...
분명. 거품들을 뱉어내야 하는데...
"저어..."
"네?"
"어떻게 해요? 이 다 닦으셨는데.."
"아 그냥 물 넣어드려요"
"그럼 뱉어내세요?"
"아뇨 그냥 삼키죠"
"괜찮아요 항상 그랬으니까..."
그렇게. 할아버지는 이를 닦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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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먹고 난 후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를 닦는 느낌은 어떨까 싶어
입안의 치약과 그 거품들을 한모금 삼켜 보았다.
예의 느껴지는 그 씁쓸한 거품들과 목구멍까지 느껴지는 치약내음
역시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군대를 전역한지 이년여의 시간이 흐른지금.
문득 그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건강 하실까?
이젠 죽이 아닌 밥을 드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