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사랑을 이루지 못해 마음 아퍼하는것도 눈물나는일이겠지만.
그런 감정을 잃어가고 있는것또한 슬프겠지.
말라 갈라진 땅에 비가 온다면 좋겠지만...
차라리 부서져 한줌고운 모래시계가 되는것도 좋겠지...
혼자사는 집에 들어서며 아무의식 없이 형광등 스위치를 켤때..
그다음엔 TV리모컨을 찾아 대충 아무채널이나 틀어놓은 다음
차갑게 식은 냉동파스타를 돌리는 전자렌지의 기계음..
식탁위에 놓인.. 빛바래어져 가는 작은 쪽지 하나...
"미안해.. "
조그맣게 오려 붙인 테이프에 그녀의 손길이 보여
차마 버릴수 없어, 처음발견한 그때 그대로 놓아둔지 3개월...
바뀐건없다.
어느날 와보니, 새장속의 새가 달아났을뿐...
단 한번 실수로 문을 열어놓았을뿐인데....
그래...이제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
길들여진 새는 자연에서 살아갈수 없다는데.... 하는 걱정...
하지만.. 그 새는 나에게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하는 안도...
불어오는 바람에, 이젠 쓸쓸해진 새장의 조그만 문이 내는 마찰음..
한참을 그 소리를 듣다... 길가.. 그 어느곳에 버려버린후...
다시는 새를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