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만난 사람
외로운 사막에서 앞서 간 발자국을 만나면 또 얼마나 반가운가?
그래서 어느 시인은 사막을 걷는 사람들이
앞서 간 발자국을 보기 위해 일부러 뒤로 걷는다고 했던가?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서 나는 최민식이 걸어간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나는 마냥 들떠서 걸음을 재촉하고 또 재촉했다.
그렇게 사막에서 10 여 년의 시간의 지나갔다.
책갈피에 곱게 말린 꽃잎 처럼
그 발자국들을 충무로에 가지런히 널부려 놓았다.
이제 충무로 역을 나서면 내 앞에는 최민식 말고도
수많은 거장들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널려있을 터인데,
나는 아직 어떤 발자국을 붙좇을지 정하지 못했다.
아마도 나는 정할 수 없을성 싶다.
사막에 대해서, 그 외로움에 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아니 오히려 그 끝을 도통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사막을 걷다 잠시 쨤을 내어서 충무로역으로 내려와준
동료 사진사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