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
2005. 2. 14. 아까사까, 동경
체크아웃 전
조금 일찍 서둘러 며칠간 묵었던
숙소 옆 거리를 힐끔거리며 느릿느릿 걸어 보았다
줄지어 선 가로수 아래
성급하게 핀 동백꽃들이 까르르 소리내며 웃고 있었고
웃음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키 큰 건물 하나 우뚝 서 있었다
온 몸이 흰 천으로 쌓여 있는 걸 보면
건물은 목하 수리 중인 듯 했다
아무거나 덮어서 그 기간만 무사히 넘기면
신데렐라 마술 걸리듯 누더기 옷이
보석 치장한 화려한 드레스로 금세 바뀔 터인데
누군가 그 마술이 효력을 발생하기 전,
기다림의 기간까지도 신경을 썼나 보다
내심 어떤류의 퍼포먼스 내지는
아트워크로 상승시키고자 욕심을 냈을지도 모르겠다
입구만 제외하곤 틈 하나 없이 천에 싸여진 건물
응급실 환자처럼 답답해 보였을까
때마침 도시를 환하게 내리쬐던 아침햇살 눈에
건물은 여지없이 걸려 들었다
인정많은 아침 햇살
맞은편 건물 유리창을 빌어 이 건물에다 창을 뚫어 주었다
자~ 편안하게 숨쉬어 보렴
그리고 바깥도 좀 내다 보렴..
아침 햇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창을 뚫어 준.
.
.
.
Lincoln's lament Michael Hoppe 니나의 꿈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