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여행
제 나이 스무살 즈음에 친구와 두어달간 거지여행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기차역대합실에서, 하루는 교회예배당에서 잠을 자고, 씻지도 잘먹지도 못한채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지요.
이태원, 압구정부터 시작해 남도의 어느 바닷가까지 계속된 여행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차역 대합실의 걸인들, 재즈연주가 정성조선생님부터 행색이 초라한 두 젊은이를 국밥 두그릇에
재워주신 화개장터 재첩국밥집 할머니, 원없이 소주와 말린김을 사주신 원산도 파출소장님까지..,
그분들 덕분에 그해 겨울은 참으로 따듯했습니다.
올 겨울도 춥게 지내시지는 않는지...저는 그날을 잊지않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선배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