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니 이야기
2004/10/18
구석에 뼈밖에 없는 아이가 앉아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아이는 하루종일 앉아서 울기만 한다.
2004/10/20
임파니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노래를 불러줄때면 그토록 울던 아이가 울음을 멈춘다. 내 노래가 맘에 드는거 같다. 아니, 그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2004/10/21
오늘은 그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지 못했다. 아니,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온몸이 똥오줌에 뒤범벅 된 그녀는 하루종일 울부 짓었다. 난 냄새가 너무 심해서 다가가지 못했다. 바보같다. 잠이 오질 않는다.
2004/10/27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준지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임파니는 곧 죽게 될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아루나는 벙어리지만 살아갈순 있다. 죠띠는 정신병에 걸렸지만 살아 갈순 있다. 세상이 그들을 비웃고 조롱할 나날이 많겠지만, 그속에서도 그들은 어쩌면 행복이라는걸 느끼면서 살아갈수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임파니는 아니다. 이렇게 평생 햇볕들지 않는 구석에 처박혀서 매일같이 울부 짓다가 죽게 될것이다. 난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
오늘은 용기를 내서 그녀곁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 래우씨, 그아이 전염병에 걸렸어요. 너무 다가가지 마세요.
미보는 나를 걱정해서 건낸말이지만, 난 순간 화가 났다. 아무도 이 아이가 무슨 전염병에 걸렸고,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 모른다.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녀는 곧 죽게 될것이다.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
멀찌감치 나가 담배 한개피를 물었다. 눈물이 떨어졌다. 내일 자원봉사 리더인 조이와 라케쉬를 찾아가 의사를 부르는거에 대해서 상의 해야겠다.
2004/10/29
갇혀있는 내 영혼이 너무 보고 싶다고
말이 없는 내 눈물이 너는 너무 싫다고
울지 못해 웃는 건 이제 싫은데
한번쯤은 편히 울어 볼 수 있게
내가 네가 될 수 있음 좋을 텐데.
모두 날 위한 거라고 넌 계속 얘기하지만
아름다운 거짓이라고 난 항상 생각 해왔어.
미보의 씨디피로 고양이를 듣고 있다. 가사를 노트에 적었다. 내일은 이 노래를 불러주리라. 어쩌면 나의 노래를 듣던때가 그녀의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르기에.
2004/11/03
오늘은 이곳 학교를 떠나기 하루 전날이다. 오늘 역시 그녀앞에 앉아서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잠정적 작별의 인사를 했다. 그녀에게 말했다. 한번쯤은 살면서, 웃을수 있는 그런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그이야기를 하자마자, 한번도 웃은적이 없었던 그녀가 나를 보며 너무나 밝게 웃었다.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너무 놀라웠다. 나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임파니가 웃었다고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아마 그렇게 소리쳤으면 다른 사람들은 분명 내가 정신나갔다고 생각을 했을것이다.
임파니는 떠나기 전 나에게 선물이 주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난, 너무나 큰 선물을 받게 되었다. 안녕...인도의 소녀여.
2004/11/16
황금의 도시 자이샬 메르를 떠나기 전날, 미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돈에 무척이나 쪼달려서, 전화를 걸 여력이 안됐지만, 그곳 소식이 너무나 궁금해서 전화를 걸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미보는 짧은 임파니 소식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며칠전 의사가 그 학교를 방문 했는데 임파니는 전염병에 걸린것이 아니고 단순 정신지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래서 몇일 전부터 어두 침침한 방에서 나와 걷기 연습도 시키고 공놀이도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식을 듣고 나는 하모니카를 들고 노을을 보러 자이샬 메르성 가장 높은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아무곳에나 걸터앉아 올드렝 싸인을 불었다. 해가 떨어지자 세상은 온통 황금빛 물결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간의 영혼이 그렇게 통했구나..하고..
아. 세상은 어찌 이렇게 대책없이 아름다운가!
2005/02/04
임파니,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니, 일기를 옮겨 적는 지금도 네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져, 모니터를 제대로 볼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