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1982년 추운 날 간밤에 불이 나서 비닐하우스에 기르던 소 30마리가 타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급히 카메라를 챙겨 나섰다.
불난 집은 본 일이 있지만 동물이 타 죽은 것은 처음 보았다. 밤에도 소가 놀라 우사 밖으로 뛰어나가는 경우가 있어 하우스 안에다
쇠파이프로 긴 평행봉을 세우듯 하여 쇠사슬로 줄줄이 엮어 메었기 때문에 꼼짝 못하고 숯껌뎅이처럼 죽 늘어져 있었다.
참아 눈을 뜨고는 촬영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대충 몇 컽을 찍고는 냄새에 코를 막고 도망치듯이 돌아왔다.
이틀간을 토하면서 끼니를 거르는 바람에 매장하는 장면을 촬영하지 못한 기억과 아쉬움이 남는다.
( 지금부터 당분간 여러분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의 자유로운 생활주변 소재로 떠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