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느껴라 ~~~
그녀는 소리를 유혹하고...
그는 소리를 느낄 뿐이다.
나도이제 지하철 촬영만 언 6개월이 다 되어간다.
나의 스승님이신 김홍희 선생님의 조언으로 지금까지 계속 지하철을 촬영하게 되었다.
물론 나의 작업환경을 고려한 촬영이기에 나에겐 최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15분 !!
내가 촬영하는 지하철 구간은 단 5구간에 불과하다.
그 안에서 모든 지하철의 모습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6개월 동안 단 한번도 같은 모습과 같은 사람을 마주해 본적이 없다.
매일 같은 방향으로 출근을 하는 사람들을 촬영하면서도 같은 모습을 담게 되지 않는다.
물론 비슷한 패턴은 많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날도 여지없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다. 예전에 지하철을 탄 칸에서 모든 촬영을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아주 특별한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경우도 있고. 그냥 평범한 일상이 눈에 들어올 경우도 있다.
대개 평범한 일상이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안 중에 15분 동안 지하철 안을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게 된다.
그래야 그나마 셔터를 많이 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 셔터가 제대로 끊어지진 않는다. 문제는 또 있다. 지하철이 진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촬영은 항상 진동을 고려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피사체를 보면 3초~5초 안에
셔터를 누르지 못하면 대부분 흔들린다. 셔터속도는 5~20초!!!
어쩔땐 내가 서부의 총잡이가 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아니 지하철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주위를 쭉 둘어보고 직감적으로 피사체에 다가가 3초 이내에 셔터를 끊는다.
어쩔땐 누르는 시간만 3초 이상이 될때도 많다. ㅎㅎㅎ 형광등 불빛아래에선 어쩔 수 없는 노릇아닌가^^
이 사진도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에 들어서자 마자 직감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직감이라해도 볼건 다 봐야 하지 않는가? 그녀가 원하는 것과 그가 느끼는 것이 무언지 정확하진 않지만
카메라에 담은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광고속 그녀는 소리를 팔기 위한 역할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고, 음악을 즐기는 그는 어떠한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소리를 느끼면 그만인것이다. 나또한 그 소리를 담아 이렇게 사진으로 남기면 되는 것이다.
난 소리의 유혹을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다.
2005-01 | "2호선, 동대문운동장에서 충정로까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