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난 일요일 청계엘 갔었습니다. 평소 무심하던 곳이었지만.... 없어지기 전에 가보고 싶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에 무턱대고 갔었드랬습니다. 추적추적 비를 피하며 대포와 똑딱이가 셔터를 누르는 사이로 노점 아주머니의 읊조리듯 낮은 음성이 들렸습니다. '아이구 메야, 또 사진 찍네~ 무신 사진을 저리 찍어대노.....' 가만 생각해보니 저도 청계고가에 대한 기억이 몇 가진 있더군요, 처음 서울에 차를 끌고왔을 때 한남대교를 지나 한참을 헤메다 정신차린 청계고가, 조립pc 맞추다가 잘못 들어가 어지간히 고생하다 빠져나온 뒷 골목, 영화보고 어슬렁거리며 전철역 들어가기 전에 한번은 꼭 올려다보는 고가차로, 을지로 방산시장에서 물건 고르며 불법 유턴에 무단주차에....실랑이하던 기억, 황학동 도깨비시장에 마냥 신기해하던 호기심......... 그러나, 그 곳은 그 아주머니의 생활의 터전, 얼마지 않아 없어질 터전. 제가 가진 짧고 얕은 기억으로 그곳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것이 마치 썩은 고기를 기다리는 하이에나 같이 느껴져....... 카메라를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메모리가 아니라 두 눈에 많은 것을 담아온 날이었습니다. 청계상가에 터전을 두고계신 많은 분들이 이번 공사로 많은 피해를 입지않았으면 좋겠습니다.
Babelfish
2003-07-04 00:42